2. 다세대 정서체계 가족치료 모델의 주요 개념
1) 불안과 분화
보웬은 개인과 가족의 기능 수준을 설명하기 위해 불안(anxiety)과 자기분화(differentiation of self)의 두 가지 개념을 강조하였다.
(1) 불안
불안에는 급성불안과 만성불안이 있다. 급성불안은 실제 위협에 대한 스트레스 반응이며, 만성불안은 가상적 위협, 즉 있을지도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발생한다. 급성불안은 시간이 지나면서 만성불안으로 자리 잡기도 한다. 만성불안은 성장 과정에서 심각한 외상적 사건이나 반복적인 역기능 관계에서 학습된 반응이다.
성장기의 어느 시점에서 형성된 불안은 이후의 삶의 과정에서 만성불안이 되어 불안과 관련된 유사 상황이 되면 자동적으로 반사적이 되어 역기능적 패턴을 반복하게 된다. 불안이 낮을 때 사람은 덜 반사적이 되고, 더 사려 깊게 된다. 불안 수준이 증가할 때 사람은 더욱 감정반사적이 되고, 사고기능을 사용하지 않는다. 불안은 개인을 불안정화하고, 타인과의 관계에 더욱 의존적이 되게 한다.
핵가족 내에 존재하는 불안은 침투성과 전염성이 매우 강해서 관계를 통하여 부모의 만성불안이 자녀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부모와 자녀가 융합된 관계인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만성불안이 전수되는 수준에는 차이가 있다. 부모의 정서과정에 가장 많이 개입되어 융합된 자녀는 높은 수준의 만성 불안을 흡수하고, 적게 관여된 자녀는 낮은 수준의 만성불안을 흡수하게 된다.
개인의 증상은 가족체계의 불안정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가족의 역기능은 개인의 불안 형성에 영향을 준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개인의 신체적·정서적·사회적 증상이 나타나게 되며, 이러한 과정은 여러 세대에 걸쳐 반복되기도 한다.
유아기의 자녀를 둔 어머니가 급성질환으로 병원에 장기간 입원하는 일이 생기면 아이는 어머니와의 갑작스런 단절로 인해서 버려진 것과 같은 생존의 위기감을 경험한다. 아이는 성장하면서 실제로 어머니로부터 버려지는 경험을 하지 않더라도 버려짐에 대한 내적 불안이 느껴지면 반사적으로 어머니에게 강하게 밀착되고자 하는 행동패턴을 발전시키게 된다.
이때 아이의 내면에서 강하게 지배하는 정서는 버려짐에 대한 불안이고, 불안에 대한 감정반사적 행동은 매달리고 투정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애착불안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융합된 관계를 추구함으로써 친밀관계에서 역기능을 초래한다.
충격적 외상 사건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불안의 경험이 만성불안을 초래하기도 한다. 부모의 심각한 학대, 장기적인 부모의 심각한 불화, 지나치게 경직된 규칙과 체벌, 반복되는 알코올 문제, 지속적인 가정폭력 목격, 성학대 피해 경험 등은 자녀에게 거부와 소외, 상처, 두려움, 슬픔과 분노와 관련된 만성불안을 가지고 성장하게 한다.
이러한 반복적 불안 경험은 자녀가 진정한 자기로서 자기정체성을 찾고 성장하는 경험을 하게 하기보다는 부모의 불안에 적응하기 위한 유사자기(peseudo self) 행동패턴을 형성하게 한다. 그 결과, 현재 세대에서 역기능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세대 간 정서 전달 과정을 거쳐 다음 세대에서 역기능 문제로 나타나기도 한다.
만성불안의 심리적 요소는 최악의 상황을 예측하거나, 인정과 거부에 지나치게 민감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해야 하는 것'에 지나치게 집중하거나 책임감에 지나치게 짓눌리는 것 등으로 타나난다. 또한 만성불안은 만성분노와 적대적인 성향, 타인의 생각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으로도 나타난다.
따라서 보웬의 다세대 정서체계 가족치료 모델에서는 가족의 역기능 문제와 관련 있는 체계의 만성불안을 찾아내어 불안을 감소시키고, 분화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스트레스에 기능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주요 초점으로 삼는다.
(2) 분화
보웬의 가족치료 모델에서는 모든 인간은 자기 자신을 위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할 수 있도록 정서적으로 분리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생명력(분화 또는 개별성, individuality)과 자녀와 가족이 서로에게 반응하도록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 주는 생명력(연합성, togethermess)을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가정한다.
개별성과 연합성은 자율적이고자 하는 자아와 타인과 연결되고자 하는 자아로서 서로 상반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분화는 이 개별성과 연합성이 얼마나 균형을 이루면서 타인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가와 개인 내적 과정에서 감정 과정과 지적 과정을 구별하여 사용하는 능력, 즉 얼마나 자기 자신을 책임지며 자율적으로 기능하는가의 두 가지 의미를 포함한다.
완벽한 분화는 집단 안에서도 한 개인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다른 사람을 탓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자신의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완벽한 미분화는 가족으로부터 분리를 성취하지 못한 사람으로서 집단 안에서 한 개체가 될 수 없는 '자기가 없는' 사람을 말한다.
기본 분화 수준이 높으면 스트레스 상황에 적응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가족 내 불안 수준이 낮다. 그러나 기본 분화 수준이 낮은 가족은 관계가 융해되어 있거나 단절되어 있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쉽게 불안에 압도되어 감정 반사적이 된다. 따라서 가족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불안의 수준은 높아진다.
가족이 높은 수준의 만성불안에 장기간 노출되었을수록 역기능적 관계패턴이 고정되고, 개인과 가족관계 상 다양한 증상을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내담자 가족의 불안 감소를 돕고, 분화 수준을 높이는 것이 보웬의 다세대 정서체계 가족치료 모델의 궁극적인 상담목표가 된다.
일차적으로는 치료 과정에서 현재 호소하는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는 만성불안을 찾아내고, 과거의 불안 형성 과정에 대한 체계적 이해와 통찰을 통하여 불안을 낮추는 데 초점을 둔다. 그리고 불안이 감소되고, 자신의 사고와 감정의 기능을 구분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이차적으로 과거의 패턴에서 벗어나 진짜 자기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돕는다.
분화 수준의 정도와 특성
아래는 분화 수준의 정도와 특성을 나타내는 표이다.
출처: Kerr, M. & Bowen, M. (1988), pp. 100-103
| 분화 수준 | 특성 |
| 0: 유사자기 감정반사적 | - 주변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고, 삶이 전적으로 불안한 감정에 의해 지배된다. - 자기애적이며, 타인과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 타인의 반응과 평가에 매우 민감하다. - 심각한 만성적인 증상을 가지고 있다. |
| 25 | - 평온한 상태에서는 관계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지만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균형을 잃기가 쉽다. - 삶의 에너지를 사랑과 인정을 추구하는 데 소모한다. - 상당 부분 유사자기(pseudo self)가 기능적 분화 수준을 이루며 살아간다. - 타인의 신념과 지식에 쉽게 영향을 받으며, 독립적 의사결정이 어렵다. |
| 50 | - 만성불안이나 감정반사가 더 낮고,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다. - 개별성이 더 발달되어 있어 정서적으로 자유롭게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 사고와 감정체계를 분리하여 사용하면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 -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신체적·정서적 ·사회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나 만성 증상으로 진전되지는 않고 회복이 더 빠르다. |
| 75 100: 목표지향적 진짜 자기 |
- 자기지시적이며, 자신의 신념에 확신이 있다. - 목표 지향적이고, 원리 지향적이다. - 감정반사적이 되지 않고, 타인과 균형 있는 관계를 유지한다. - 내면이 안정되어 있으며, 타인의 칭찬이나 비평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 관계에서 차이에 대한 관용과 존중심이 있으며, 융통성과 자율성을 가진다. - 높은 불안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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