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시간 사회구성주의 가족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서 하도록 하겠다.
이야기치료에서는 문제의 외재화를 통하여 내담자가 문제와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고 스스로를 문제로부터 분리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자세를 가지도록 돕는다. 또한 인생은 어떤 렌즈를 가지고 보느냐에 따라 여러가지 이야기로 표현될 수 있는데, 부정적인 렌즈로 현실을 바라보는 내담자의 렌즈를 긍정적인 것으로 변화시켜서 현재 내담자의 삶을 지배하는 부정적인 이야기에서 벗어나게 하고, 대안적인 긍정적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돕고자 한다.
이야기치료 상담사는 내담자와 협력해서 삶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 이야기를 함께 쓰는 것에 관심을 둔다. 때로는 내담자의 삶을 빈약하게 만들고 있는 이야기에서 내담자를 분리시키기 위해서 과거를 탐색하기도 한다.
과거에 대한 탐색을 통해 내담자가 문제에 저항했던 순간을 발견하도록 돕고자 한다. 이야기치료의 최종 목적은 과거를 탐색하는 것이 아니고, 과거를 재조명하여 삶의 이야기를 다시 쓰도록 하는 데 있다.
해결중심단기치료는 내담자가 호소하는 문제보다는 그들이 원하는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며, 이야기치료에서는 문제로 얼룩진 이야기 속에 묻힌 예외적 이야기에 주목한다. 이렇게 해결중심단기치료의 질문기법이나 이야기치료의 질문기법은 다른 점이 있어 보이지만 사실상은 공통점이 있다.
해결중심단기치료에서 상담사는 내담자가 더 이상 자신에 대해 불평을 하지 않거나 자신의 생활을 더 만족스럽게 하기 위해 현재와는 다른 것을 하거나 생각하도록 돕는 협력자의 역할을 한다. 이야기치료에서도 상담사를 내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새롭게 쓸 수 있도록 돕는 참여적 촉진자로 규정하고 있다.
두 접근에서 모두 상담사는 내담자가 자기 능력을 발견하도록 돕는 조력자다. 따라서 상담사는 내담자에 대해 '모른다는 자세'로 상담에 임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모른다는 자세'란 상담사의 순수하고 진정한 호기심이 전해질 수 있는 태도다. 이는 전통적 가족치료의 상담사가 전문가적 지식을 근거로 이미 안다는 자세를 가지고 상담에 임하였던 것과는 반대되는 자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해결중심단기치료의 경우 사회구성주의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족 간의 상호작용을 향상시키고, 가족체계 내의 상호 연결성을 강조한다는 면에서 체계론적 특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전통적 가족치료 모델과 다른 점은 전문가인 가족치료 상담사 주도적으로 가족상담을 진행하기보다는 내담자 문제의 전문가는 내담자 자신이며, 가족치료 상담사는 자문가-조력자의 역할을 지향한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해결중심단기치료는 체계론적 가족치료 발상지인 MRI에서 개발된 MRI 모델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해결중심모델의 개발자들이 자신들의 모델 개발 후에 많이 알려진 사회구성주의와 자신들의 모델이 유사점이 있다는 것을 탐색했다는 점에서, 사회구성주의가 이미 잘 알려진 1990년대에 개발된 이야기치료와는 차이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3. 한국의 가족치료
1) 가족치료의 도입
우리 사회에서 가족치료는 1970년대부터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사회복지 전공교수들에 의하여 적극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가족치료가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1977년 사티어의 저서 『합동가족치료: 이론과 기법(Conjoint family therapy: A guide to theory and technique)』이 번역·출간되면서부터였다.
1979년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사회사업학과에 가족치료 과목이 개설되었으며, 1980년대에는 여러 번역서, 학위논문, 저서, 사례집, 그리고 관련 논문들이 출간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가족치료는 임상 경험보다는 지적인 성장에 대한 관심이 강했다고 할 수 있으며,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이론을 현장에 적용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이미 가족치료가 이론적, 실천적으로 팽창하고 있었던 시기에 미국 혹은 외국의 저명한 가족치료 전문가들이 수행한 워크숍은 우리나라의 가족치료 발전에 기념비적인 이정표가 되었다.
1985년 이후 미국의 단기가족치료센터(Brief Family Therapy Center: BFTC)의 김인수, 드세이저(S. de Shazer) 부부는 다양한 워크숍을 주최하여 우리나라에 가족치료를 알리고 훈련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 센터의 한국지부 활동을 시작으로 현재 한국단기가족치료연구소와 솔루션센터가 설립되었다.
한편, 1984 ~ 1987년 이화여자대학교 이명홍 교수 중심의 가족치료연구소와 1988년 학제 간 공동의 노력으로 설립된 한국가족치료학회를 중심으로 가족치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였다. 대학원 과정에 가족치료를 특화하여 교육하고 실제 사례를 다루는가 하면, 아동과 가족복지 관련 기관에서 가족치료를 특화하여 상담소를 운영하거나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일부 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등 정신보건 환경에서도 가족치료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을 시작하게 되었다.
1990년대를 전후하여서는 가족치료 워크숍이 활발히 진행되었을 뿐 아니라 부분적으로 제도적 발전이 진행되었다. 1990년대 초반에 가족치료연구소 등에서는 미국 하네만 대학의 아폰테(H. J. Aponte) 교수를 초빙하여 3년에 걸쳐 여러 전문직과 공동으로 가족치료 워크숍을 개최하였는데, 이는 우리나라 가족치료 발달에 초석을 놓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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