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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탈근대주의 가족치료에 대하여

by 이주헌 자아혁명 전문가 2024.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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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탈근대주의 가족치료

 

1) 패러다임의 전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에 과학과 공업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과학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서 '객관적인'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이론을 개발할 수 있다는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세상은 설명될 수 있는 원칙으로 잘 짜인 곳이라고 생각했고, 체계적인 관찰과 엄격한 추론을 통해 이 원칙을 발견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자세를 근대주의라고 한다. 

 

그런데 20세기 중반에 들어오면서 세상을 보는 패러다임에 전환이 생기게 되었다. 인간은 우주를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측정하거나 파악하기 어렵고, 과학적 원칙에도 예외가 많다는 것을 점차적으로 발견하게 된 것이다. 우주의 묘사나 측정에 있어 인간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서 근대주의에 대한 비평의 분위기가 형성되었는데, 이것이 탈근대주의(포스트모더니즘, postmodernism)다. 

 

탈근대주의자들은 사물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고 주장한 근대주의에 회의를 가지게 되었으며, 인간은 주관적 경험을 통해서만 사물을 파악할 뿐이며, 과학을 통해서 단지 유동적이고 부분적인 지식, 사람들 사이에서 구성된 지식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1970년대 들어서서 개구리 눈의 생물학적 구조에 의해 개구리는 특정한 방법으로밖에 사물을 볼 수 없다는 발견 등으로 우리가 이해한 현실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고, 현실의 진정한 표상은 존재하지 않으며, 현실은 개인의 주관적 인식에 의한 것이라는 구성주의(constructivism) 개념이 생겨났다.

 

근대주의가 만들어 내어 당시까지 확고한 진리로 여겨졌던 것들이 이처럼 도전을 받게 되었으며, 현실이란 사람이 함께 살아가면서 대화를 통해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대화를 통해 현실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언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므로 현실 구성은 언어의 상호작용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이와 같이 현실은 사람 사이에서(사회적) 언어를 매개로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다(구성된다)는 생각이 사회구성주의(social constructionism)다. 

 

예를 들면, 우리가 어떻게 말하느냐, 우리가 언어를 통해 다른 사람과 어떻게 의미를 만들어 내느냐가 사람의 행동과 자신이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을 만들어 낸다고 본다. 일례로 내가 나의 동생과 얘기 중에 과거에 동생을 잘 돌본 일들에 주목하여 얘기를 나누게 되면 나의 정체성 중 동생을 잘 돌본 누나라는 정체성이 부각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사회구성주의자들은 의미한 사람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본다. 

 

2) 사회구성주의 가족치료

사회구성주의 가족치료 이전의 가족치료를 편의상 전통적 가족치료라고 흔히 부른다. 전통적 가족치료는 체계이론과 사이버네틱스를 통합한 가족체계론적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하였으며, 이 패러다임에 의해 가족 전체를 치료 단위로 보는 이론이나 학파들이 발전되었다. 보웬이나 사티어, 미누친 등의 가족치료 상담사들은 개인의 문제를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나 가족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하였으며, 가족치료 상담사의 이론, 신념, 전문가적 지식과 경험이 내담자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예를 들면, 정신과 의사인 미누친이 중심이 된 구조적 가족치료 개발자들은 가족의 구조, 체계, 경계라는 개념을 연구하였고, 가족치료 상담사가 주도적으로 개입을 진행하였다. 

 

이와 같이 전통적 가족치료 상담사들은 자신의 가설과 판단에 따라 상담을 진행하였으며, 이들은 상담사-내담자 간의 사회계층의 차이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가족에 관한 자신들의 전문가적 견해를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때마침 절대적 진리의 존재에 대한 회의를 포함하는 탈근대주의 바람이 불게 되었고, 호프만(L. Hoffman) 등 일부 체계론적 가족치료 상담사가 사이버네틱스 개념에 한계를 느끼면서 가족치료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였다. 

 

체계론적 사이버네틱스에서 문제란 병리적 체계이거나 해결을 향한 잘못된 노력의 결과라고 보았으나, 사회구성주의 가족치료에서 문제란 체계 내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화체계 속에 의미로 존재할 뿐이라고 보기 시작한 것이다. 

 

가족치료 분야에 불어온 사회구성주의 바람으로 가족문제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만들어지며, 사람 간의 상호작용에서는 언어가 매개체가 된다고 보게 되었다. 사회구성주의에서 현실은 사회적인 것이고, 언어적 산물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구성주의 가족치료에서는 기존의 가족치료에서 사용하던 전략적 방법이나 이미 정해진 가설에 따라서 개인이나 가족의 구조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최소화한다. 

 

이에 따라 치료 과정은 전문가의 특권적 지식에 의해 제한되지 않으며, 언어를 중심으로 한 상호작용을 통해 상담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사회 구성주의 가족치료에서는 치료적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치료의 성공을 결정한다고 본다. 

 

사회구성주의적인 요소가 강한 가족치료 모델인 해결중심단기치료와 이야기치료의 예를 들어보자. 해결중심단기치료에서 상담사는 내담자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아내게 하기 위하여 내담자가 과거에 성공했던 경험을 되살려 자신의 능력을 발견할 수 있도록 질문한다.

 

따라서 해결중심단기치료의 개발자들은 기적질문, 예외질문 등의 질문을 개발하여 상담사가 내담자와 함께 언어를 통하여 새로운 현실을 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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